지난해 12월 김천에서 열린 해외지도자초청강습회에 강사로 온 고우라 다케시 코치가 강습회에 참석한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베이스라인에서 튀어오르는 공에 대해 라켓을 지면과 수직으로 세워 강하게 때리면 아웃이 될까요, 인이 될까요"
일부를 빼고 대다수 지도자들은 아웃이 된다고 답했다. 고우라 코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인"
이유는 튀어오르는 공의 힘과 라켓의 누르는 힘이 만나 상대 베이스라인 깊숙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우라 코치가 알고 있는 테니스 스트로크 원리를 구현하는 선수가 한솔코리아오픈에서 실제로 나왔다.
결승에 오른 체코의 클라라 자코팔로바다.
클라라 자코팔로바 플레이 슬로우모션
편의상 클라라라고 부른다. 클라라는 포핸드시 라켓을 높이들고 위에서 치기좋은 공의 위치에서 상체를 틀어 히팅을 한다. 스윙은 가로스윙. 말하자면 물체를 앞에두고 손바닥으로 따귀를 때리듯이 공을 때린다. 공은 희안하게 회전없이 다운더라인 비슷하게 간다. 때로는 다리를 고정시킨 채 상체만 틀어 코스를 만든다.
좌우 이동이 어려운 전 세계 1위 디나라 사피나가 클라라의 이 공에 당했고, 대회 1번 시드 나디아 페트로바를 기권시킨 것도 바로 이 공이다.
클라라의 백핸드는 보기에 더 위력적이다. 포핸드가 자리 잡히니 백핸드는 오는 공에 대해 그야말로 라켓을 지면과 수직으로 대 공을 넘긴다. 좀더 몸을 회전해 치면 양 사이드 네트 높은 곳을 타고 넘어가 상대 코트에 꽂힌다.
말하자면 클라라의 백핸드로 보낸 낮고 빠른 공이 자신의 오른편 구석으로 직선타로 날라오는 것이다. 이 공에 페트로바가 서서 지켜보곤 했다. 다리 한발짝 떼지 못한 채.
1회전, 센터가 아닌 2,12,13번 코트에서 클라라의 경기를 본 관중들이 이 공에 놀라워 하고 감탄했다. 승승장구하며 센터코트에 입성한 클라라는 그 팬들을 고스란히 센터코트 유료관중으로 끌고 들어왔다. 좀더 적극적인 팬들은 조금 비싼 지정석 표를 끊었고, 멀리서 봐도 된다는 팬들은 센터코트 2층 자유석 표를 구했다.
25일 준결승에서 클라라의 경기가 채 한세트도 안되어 페트로바의 기권으로 끝나자 아쉬워 하면서 26일 결승표 사서 들어오겠다는 팬들이 있었다.
라켓 높이 들고 휙 치는 타법에서 나가는 공이 아웃도 안되고 베이스라인과 사이드라인에 짙게 묻어나는 것에 감탄한 사람가운데 25일 동호인대회 출전해 자신의 4강 진출 소식을 전하기 전해 클라라가 결승 진출했냐는 동호인도 있을 정도다.
따라서 결승전에서 빠르고 강하고 수비력 좋은 클레이바노바와 클라라의 경기는 모처럼 결승전 보는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라의 경기를 분석해 보면 자신있는 포핸드 쪽을 약간 비워두고 백핸드쪽을 대비하는데 백핸드쪽 낮은 공에 대해서는 쉽게 라켓으로 블럭을 하거나 빠른 스윙으로 잘 대처한다. 만약 클레이바노바가 백핸드쪽으로 높은 공(문볼 성 공)을 준다면 클라라가 어떻게 대처할 지가 궁금하다.
포핸드쪽은 라켓을 높이 들고 내리 찍으면서 리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키 작은 클라라가 백핸드쪽 높은 공에 대해 라켓을 높이 들어 처리할 때 실수가 많았고 낮은 공 리턴에 비해 위력이 반감되었기 때문이다.
다테 기미코가 헝가리 아그네스 사바이랑 8강전 할 때 포핸드나 백핸드쪽으로 높게 튀어 오르는 공에 대해 제대로 누르지 못해 네트에 공이 걸린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자신보다 머리하나는 큰 선수들을 잇따라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클라라의 특이한, 어쩌면 힘하나 안들이고 땀하나 안나는 자연스런 타법이 클레이바노바에게 얼마나 먹힐 지 기대된다.
또. 클라라의 서비스 보는 재미도 관전 포인트다. 키작은 선수가 서비스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데 클라라는 작은 키임에도 이리저리 공을 주며 공격당하지 않는 서비스를 구사하면서 서비스 파워없음을 보완하고 있다. 클레이바노바가 이를 잘 대비하고 결승에 임할 텐데 어떻게 헤쳐나갈지 기대된다.
결과와 관계없이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전적으로는 프라하의 여인 클라라가 2008년 파리(카페트)에서 6-2 6-4로 한번 이긴 바 있다.
테니스코리아 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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