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공평하다. 세계1위가 되었든 세계 100위가 되었든 한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죽을 힘을 다해 코트에서 뛰어야 한다. 그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세계랭킹 1위이자 2011년 호주오픈 1번시드, 작년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을 거머쥐고 4개의 그랜드슬램 연속우승에 도전하는 라파엘 나달이 세계 116위 미국의 라이언 스위팅을 만나 6-2 6-1 6-1로 제압하고 4회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경기는 첫 게임부터 마지막 게임까지 나달의 손안에 있었다. US오픈의 하드코트보다 고무재질을 많이 섞어 다소 느리고 공이 높게 튀는 특징을 가진 플레시쿠션(flexicushion)을 만난 나달을 드라이브는 더욱 묵직해져 있었고, 빠른 발과 스트록으로 대항하려던 스위팅의 공격은 나달의 드라이브를 견뎌내지 못하구 자꾸 조금씩 라인을 벗어났다.
반면 나달의 진가는 위기마다 나타났다. 1시간 42분만에 단 4게임밖에 내주지 않은 것은 나달이 스위팅의 선전으로 듀스나 브레이크 찬스가 올 때마다 보여준 놀라운 집중력의 산물이었다. 위기일수록 더 과감한 공격과 어려운 공격을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쉽게 넘겨줄 수 있었던 게임을 살뜰하게 챙겨오면서 시간 및 체력소모를 오히려 단축시키는 영리함도 발휘했다.
세계1위가 세계116위를 만나 선전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나달이 경기내내 보여준 것은 1인자의 성실함과 나달이 한 인터뷰에서 말했던 '본인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다소 싱거운 스코어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던 나달의 모습을 보며 그의 다음 경기를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나달은 4회전에서 호주의 샛별 토믹과 스페인의 로페즈 경기의 승자와 8강 진출을 다투게 된다.
글 = 강현규 인터넷 기자(멜버른)
사진 = 박준용 기자(멜버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