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세계 테니스에 혜성처럼 등장한 선수가 있으니 그는 바로 밀로스 라오니치(캐나다, 37위)이다.
올해 20세인 라오니치는 시즌 첫 그랜드슬램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예선전을 거쳐 16강에 진출하며 화제를 모으더니 2월 초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SAP오픈에서 세계 랭킹 9위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스페인)를 치열한 접전 끝에 7-6(6) 7-6(5)로 물리치고 생애 첫 ATP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미국 멤피스에서 열린 모건키건챔피언십에서는 1회전에서 베르다스코를 다시 만나 6-4 3-6 7-6(5)로 제압하고 SAP오픈 우승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라오니치는 이 기세를 몰아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앤디 로딕(미국, 8위)에게 2시간 36분의 혈투 끝에 6-7(7) 7-6(11) 5-7로 아쉽게 패하며 2개 대회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라오니치는 2011년을 랭킹 153위를 시작하여 2011년 2월 21일 현재 37위를 기록하며 무려 115단계나 껑충 뛰어 올랐다. 이는 역대 캐나다 선수 중 가장 높은 랭킹을 보유한 그렉 루제드스키의 41위(1994년 6월)를 17년만에 경신한 기록이다.
라오니치는 1990년 12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고 3세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 그는 다소 늦은 나이인 8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테니스 라켓을 잡았는데 이 때 집안 사정이 넉넉치 않아 훈련을 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아버지 듀산은 "라오니치가 어렸을 때 주로 새벽이나 늦은 밤에 훈련을 하였는데 이 때가 볼 머신 및 코트 사용비가 가장 쌌기 때문이다"라고 회상했다.
하드코트를 가장 좋아하고 투핸드 백핸드를 구사하는 라오니치는 주니어 시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첫 주니어 대회로 2003년 10월 캐나다에서 열린 4그룹에 참가했지만 1회전에서 탈락하였고 이후에도 번번이 2회전 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2년 후인 2005년 10월 ITF 주니어대회에서 첫 승을 신고할 정도였다.
이후 라오니치는 2006년 4월에 제24회 ITF주니어 챔피언십에서 4강에 진출했고 그 해 10월에는 U18 ITF 월드 랭킹 대회(4그룹)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다. 이후 2006년 프린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2007년부터 퓨처스대회와 챌린저 대회를 병행했지만 2회전 진출이 최고 기록이었다. 2008년 1그룹대회인 ITF 노팅험주니어대회에서 복식 우승을 마지막으로 주니어무대를 떠나 프로에 데뷔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해 3월 제3차 캐나다퓨처스에서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 3월 제2차 캐나다퓨처스에서 드디어 첫 우승 타이틀을 차지한다.
2010년에는 한국에서 열린 대구퓨처스와 김천퓨처스에서 우승을 하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해 생애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랐지만 1회전에서 탈락하였고 ATP250 대회인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역시 예선전을 거쳐 8강까지 진출한다. 라쿠텐도쿄오픈에서는 16강에 올랐지만 나달에게 4-6 4-6으로 패했다.
2010년 랭킹 156위로 마감한 라오니치는 두 번째 그랜드슬램인 호주오픈에 참가하여 예선전을 거쳐 미셸 로드라(프랑스)와 미카일 유즈니(러시아) 등을 제압하고 16강에 진출하지만 다비드 페러에게 6-4 2-6 3-6 4-6으로 패하며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라오니치는호주오픈으로 인해 많은 세계 테니스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라오니치의 특기는 196cm의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서브다. 이를 증명하듯 라오니치는 올해 호주오픈에서 각종 서브기록에서 정상에 올랐는데 총 94개의 서비에이스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서브 최고속도 시속 230km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기록하였다.
라오니치는 단지 강력한 서브만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플랫 서브를 비롯해 슬라이스, 탑스핀, 킥 서브 등 다양한 구질의 서브를 구사한다, 특히, 그의 슬라이스 서브는 2010년 사이영상을 수상한 미국 메이저리그의 명투수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커터볼과 비교가 될 정도로 매우 리턴하기가 까다롭다.
또한 로딕과의 SAP오픈 결승에서는 무려 서브에이스 32개를 꽂아 넣는 등 이 대회에서만 총 129개의 에이스를 기록하며 지난 2001년 마크 필리포시스(호주)가 기록한 대회 최다 에이스 기록 106개를 갈아 치웠다.
SAP오픈 결승에서 라오니치를 힘겹게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한 로딕은 "라오니치는 매우 훌륭한 선수이다. 그리고 정신력이 강하고 경기 운영 능력과 테니스 기술도 매우 뛰어나다. 그는 머지않아 톱10에 진입할 것이고 이는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라오니치는 롤 모델로 피트 샘프라스를 꼽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샘프라스의 모든 경기를 챙겨 봤다. 샘프라스는 나의 테니스 목표를 설정해 주었고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렇게 주목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내가 해야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2011년 시즌 시작하자마자 세계 테니스를 깜짝 놀라게 한 라오니치. 그가 과연 올해 어떤 일을 낼지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준용 기자 |